처음 널 봤을 때 나는 평화롭던 세상에 균열이 이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만약 신이 가장 사랑하는 피조물이 있다면 그건 네가 아닐까. 정말로, 너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예쁜 사람이었어. 그 날은 벚꽃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나는 그 아래서 웃음을 터뜨리는 널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 날 나는 잠을 설쳤어. 눈을 감으면 자꾸 벚나무 아래서 웃음을 터뜨리던 네가 생각나서 좀처럼 잠들 수 없었어. 그 바람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서도 자꾸 졸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너에 퍼뜩 깨곤 했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불편할 걸 아니까 자꾸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도 어느 순간 보면 너를 눈으로 좇으면서 웃고 있더라. 그것 때문에 네가 오해해서 내가 우습냐면서 화를 냈을 땐 얼마나 진땀을 뺐는 지 몰라.
그 뒤로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1학년 때는 같은 반이기까지 했으니까 일과 중이든, 방과 후 부 활동이든 계속 너와 마주쳤으니까. 너를 보면 자꾸 터져 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참느라 거의 녹초가 될 지경이었어.
나는 쭉 널 좋아했어. 벚꽃에 물든 분홍색 머리카락도,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도, 웃으면 더욱 쳐지는 눈꼬리도, 잔잔하게 울리는 낮은 목소리도, 단 거 좋아하는 것도, 너는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어. 아마 너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면이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못할 거야.
너를 좋아하게 된 뒤로 세상이 온통 너로 가득 차 버렸어. 아침에 일어나면 마주하는 하늘, 학교를 가기 위해 걷는 길, 이 순간도 쉬는 숨. 어느 하나 네가 없는 곳이 없어. 지금 내 세상은 너로 가득해. 그래서 나는 매 순간이 너무나도 벅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