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의승도경
*사망소재 있습니다.
*한국고딩 하이큐 영업하려고 쓴 글. 저랑 같이 의승도경 파요 8ㅁ8
*휘갈겨 쓴 글이라 내용이 뒤죽박죽입니다. 가볍게 봐주세요. 근데 소재가 좀 무거운거같음.
네가 죽었다. 6년 연애의 끝이었다. 바로 어제까지도 웃으며 나를 보던 너는 허무할 정도로 차갑게 식어 있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소꿉친구로 18년, 같은 팀 동료로 12년, 연인으로 4년. 고요한 죽음은 너를 비롯해 너와 함께 보냈던 그 모든 시간들까지도 떠나 보내는 것이었다. 집에 가면서 나는 너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20년 가까이 살면서 같이 보냈던 날은 결코 적은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가 곁에 없던 날이 더 적을 정도였다. 너와 함께 보냈던 날들을 헤아리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질리게도 붙어 다녔구나.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핸드폰을 보며 내일 너랑 만날 때 무슨 옷을 입을까 한다. 다음 순간에야 다시 깨닫는다. 너는 오늘 죽었었지. 나는 이제야 울었다.
있는 힘껏 울며 나는 후회했다. 한 번만 더 너에게 입을 맞춰줄 걸. 한 번만 더 너를 꽉 안아줄 걸. 한 번만 더 네 손을 잡아줄 걸. 한 번만 더, 네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 말할 걸. 가슴에 품고 있기에는 그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도 무거웠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일 년. 한 달. 일주일. 아니, 하루만이라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운 건지 눈이 지끈거리고 목이 따가워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한다. 핸드폰의 날짜는 정확히 일주일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멍하게 액정을 보고 있는데 옆집의 창문, 그러니까 다신 열릴 일이 없었을 네 방의 창문이 열렸다. 잠이 덜 깬 건지 비몽사몽한 얼굴을 한 네가 나를 보곤 배시시 웃으며 손을 들었다.
“좋은 아침, 자기.”
“……”
“자기 얼굴 왜 그래? 잠 설쳤어?”
“……”
“에에-, 창문 바로 옆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설렜어?”
일주일 전은 내가 사랑니 때문에 잠을 설쳤던 날이다. 그 때에도 너는 창문 바로 옆에 자기가 있어서 잠을 설쳤느냐며 물었다. 내가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씻으라며 네게 딱밤을 놓으면 너는 입을 비죽 내밀고는 아침부터 난폭하다느니 어쩌느니 투덜거리며 커튼을 닫았다. 그 때 정신이 멀쩡하게 깨어 있어서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나는 멍하니 널 보며 앉아있었다. 너는 평소라면 날아와야 했을 주먹이 가만히 있자 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본다. 나는 여전히 너를 보다 입을 떼어 너를 불렀다.
“도경아.”
“어, 어?”
“좋아한다.”
내가 이름으로 부르자 너는 당황한 얼굴을 했고 바로 뒤에 이어진 고백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대로 얼어버린 너를 두고 나는 방 밖으로 나갔다.
이후에도 나는 틈만 나면 너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했다. 평소라면 네가 했을 법한 짓이었다. 수 십 번을 반복한 좋아해, 소리에 질려버려서 네가 나를 피해 다닐 정도였다. 매점에서 멍하니 주스를 마시고 있을 때, 배구부의 동급생 녀석은 너처럼 질렸다는 얼굴을 하고선 내게 물었다.
“너 오늘 이상한 거 알지?”
“그래?”
“어. 오죽하면 그 뻔뻔한 오도경이 널 피해다니냐.”
녀석들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주스를 마저 마셨다. 나는 일주일 뒤의 일을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너에게 조금 더 좋아한다는 말을 할 것이고 더 잘 해 줄 것이다. 그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일주일이 긴 편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옛날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고 느리게 흘러서 몸부림을 쳤던 것 같은데 너를 보내야 할 일주일은 자동차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도 빠르게 흘렀다. 그 일주일의 시간동안 너는 시도 때도 없이 좋아한다 말하는 나에게 익숙해졌고, 피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아침이야, 자기.”
“어. 좋아한다.”
“응, 나도 좋아해-.”
일주일 동안 너무도 익숙해진 인사를 한 뒤에 우리는 학교를 갔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오늘 저녁, 혼자 남아 서브 연습을 한 오도경은 집에 가는 길에 사고로 죽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막아야 한다. 오늘 네가 죽은 뒤에 내가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 것은 너의 죽음을 막기 위한 것이다. 확실하진 않다.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싶다.
핸드폰으로 배구 경기를 보며 걷는 너를 힐끔거리다 물었다. 너 오늘 연습 끝나고 바로 갈 거야? 그에 나를 돌아본 너는 잠시 생각하다가 살짝 웃으며 입을 떼었다.
“아니. 서브 연습 좀 하고 갈 거야. 인터하이가 얼마 안 남았잖아.”
“너무 늦잖아 멍청아. 내일 해.”
“자기. 지금 나 걱정하는 거야?”
나 오도경이야. 괜찮아. 웃으며 대답하는 너를 보며 나는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너는 항상 내가 연습을 줄이라고 해도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말린다고 해도 네가 고집을 부릴 것은 내가 제일 잘 알았다. 한숨을 쉰 나는 너를 보며 다시 입을 떼었다.
“그럼 나도 남는다.”
“어?”
“나도 남는다고. 너 연습하는 거 봐줄게.”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너는 다시 웃었다. 평소처럼 깐죽거리며 자기가 그렇게 좋냐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네 말에 나는 짜증을 내려다 그만 뒀다. 좋아하지 않으면 같이 남겠다는 말을 할 리도 없고 좋아해서 더 같이 있으려고 하는 거니까. 안겨 오는 너를 밀어내다 보니 학교에 도착했고 교실 앞에서 헤어졌다.
“자기! 거기 공 좀 주워 줘!”
슬슬 연습을 끝낼 양인지 너는 네트 반대편의 공을 주워 달라고 했다. 나는 군소리 않고 공을 주워 정리했다. 대강 정리를 한 너는 가방을 챙겨 오겠다며 체육관을 나섰다. 나도 서둘러 정리를 하고 문단속을 한 뒤에 탈의실로 향했다.
가방을 챙겨 나온 너는 집에 가는 길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조잘거렸다. 그 내용은 거의 부원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조용히 네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니, 듣는 척을 했다. 한 걸음 뗄 수록 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곳에 갈수록 숨이 막혀왔다.
“그래서 일혁씨랑 화인씨가,”
“오도경.”
“응?”
걸음을 멈추고 네 이름을 부르자 나보다 조금 늦게 걸음을 멈춘 네가 나를 돌아 보았다. 시간은 흐르고, 너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너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며 너를 봤다.
“좋아해.”
내 고백에 너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나도, 했다. 얼른 가자며 다시 걸음을 떼는 너를, 나는 붙잡아야만 한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말들을 고르고 또 고르던 나는 무작정 멀어지는 네 팔을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갔고, 놀란 얼굴을 한 네가 나를 돌아보았다.”
“… 자기?”
“……”
“의승아?”
막상 돌아본 네 얼굴을 마주한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너는 자기 오늘 진짜 이상하다, 하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 손을 떼어낸 너는 다시 걸음을 떼었다. 네 뒷모습을 본 순간, 나는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깨달았다. 나는 다시 너를 불렀다.
“오도경.”
“또 왜, 자기?”
“도경아.”
돌아보는 네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너를 불렀다. 너를 부를수록 가슴이 터질 듯 벅차 올랐다. 나는 오늘까지의 일주일을 두 번 살았다. 내일이 온다면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날이 될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머릿속으로 수 백 번을 생각한 말을 나는 입 밖으로 꺼냈다.
“내일의 나는,”
“……”
“오늘의 너를 사랑했어.”
나는 한 번도 내일을 살아본 적이 없다. 편하게 지칭하는 ‘내일’도 하루가 지나가고 나면 또 다른 ‘오늘’이 될 뿐이다. 나는 수많은 오늘을 항상 너를 사랑하는 데 쓰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무거운 내 고백에 너는 놀란 눈을 했다가 조용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너는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너를 끌어안았다.
이제 너는 죽을 지도 몰라.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