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오이
트위터에서 남길님이랑 풀었던 켄오이 글
쓰면서 둘 다 너무 귀여워가지고 베게 뜯으면서 씀
“자! 오늘은 커피우유야!”
코즈메는 질린다는 눈으로 오이카와가 내민 커피우유를 봤다. 최근 오이카와는 하루에 하나씩 코즈메에게 우유를 가져다 바치고 있었다. 첫 날은 흰 우유였다. 그러나 코즈메가 흰 우유를 싫어했기 때문에 오이카와가 마셨다. 그 이후로 오이카와는 흰 우유를 제외한 우유를 매일 사 왔다. 첫 날은 바나나 우유였고, 다음에는 딸기 우유, 그 다음은 초코 우유였고 마지막이 커피 우유였다. 오이카와는 이 짓을 무려 이 주나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 마시던 코즈메는 이제 우유 종류라면 학을 떼게 되었다.
“마셔 켄마쨩.”
“… 다음에 마실게.”
오이카와의 손에서 우유를 받아 든 코즈메는 다음에 마신다며 자리를 피했다. 오이카와는 꼭 다 마셔야 돼, 하면서 손을 흔들었고 코즈메도 같이 손을 흔들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쿠로, 이거.”
코즈메가 우유를 내밀자 쿠로오는 아까의 코즈메처럼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코즈메가 오이카와에게 받아 온 우유는 전부 쿠로오가 마시게 되었다. 그 결과 쿠로오는 안 그래도 컸던 키가 더 자랐지만 우유에 질려버렸다. 쿠로오는 코즈메가 내민 우유를 차마 마시진 못하고 고이 냉장고에 넣어버렸다.
“… 웬만하면 좀 마셔 주지?”
“마시기 싫어.”
“걔는 왜 너한테 그렇게 우유를 갖다 바치는 건데?”
쿠로오의 말에 코즈메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왜 우유를 갖다 바치는 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코즈메는 하던 게임을 멈추고 오이카와가 우유를 주기 시작한 2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저기, 켄마쨩. 잠깐만 똑바로 서 볼래?
나란히 걷던 중에 코즈메를 유심히 보던 오이카와가 별안간 꺼낸 말이었다. 코즈메가 오이카와를 돌아보자 오이카와가 말을 이었다.
-왜, 켄마쨩 항상 게임하느라 반쯤 숙이고 있잖아. 똑바로 서면 키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오이카와의 말에 코즈메는 순순히 등을 펴고 섰다. 등을 편 코즈메의 키는 오이카와의 턱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됐어? 코즈메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코즈메 몰래 살짝 인상을 썼다. 다시 게임을 시작한 코즈메를 보며 오이카와가 입을 떼었다.
-켄마쨩… 키 더 크겠지?
-아마. 쇼요도 2센치 더 컸다 그랬고 쿠로는 대학 와서 190 찍었으니까.
흐응, 하는 소리를 낸 오이카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를 따라 코즈메도 걸었다.
그 때의 대화를 떠올린 코즈메가 인상을 썼다. 만화책을 보던 쿠로오는 코즈메의 표정을 보곤 역시 뭐가 있긴 했구만, 하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야쿠나 보쿠토가 매일 네가 켄마 엄마라도 되냐, 하는 소리를 듣긴 해도 연애 문제에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 해야겠지?”
“오야-. 켄마 좋을 대로 해-.”
“토오루.”
“켄마쨩 왔어? 오늘은 바나나 우유야!”
“… 내 말 좀 들어봐 토오루.”
코즈메의 말에 양 손으로 바나나 우유를 든 오이카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코즈메를 내려다 보다가 인상을 썼다. 토오루 키에 신경 많이 쓰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코즈메가 입을 떼었다.
“나한테 우유 주는 게 키 때문이야?”
“응.”
코즈메의 말에 오이카와는 순순히 대답했다. 풀어진 얼굴은 뭐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코즈메를 보며 오이카와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켄마쨩은 너무… 작고 오이카와씨는 엄청 크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켄마쨩이 나보다 크는 것까진 안 바라도 어느정도 차이를 줄일까 해서.”
나도 켄마쨩한테 안기고 싶단 말이야. 우물거리며 말하는 오이카와를 보며 코즈메는 입가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자신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았을 걸 생각하니 눈 앞의 이 사람이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
“키 작다고 못 안아주는 건 아니잖아?”
“… 어?”
“안아줄게.”
코즈메의 말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바나나 우유는 뚝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는 코즈메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쩔 줄을 몰라하던 오이카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물거리며 말했다.
“여긴 사람 너무 많으니까… 이따가…”
이젠 정말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낮게 웃음을 터뜨린 코즈메는 오이카와의 손을 잡고 걸음을 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구르던 바나나 우유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