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오이카와 토오루의 배구
오이카와 토오루의 배구 2-1
hwaro
2017. 11. 28. 23:41
BGM
하이큐-!! OST vol. 1 - 트라우마
“이와쨩, 오늘 연습경기 하는 거 들었어?”
“당연하지. 안 봐 줄 거니까 각오해.”
“그 말 그대로 돌려 줄게. 절대 안 질 거야.”
“사노 선배!”
같은 팀의 선배에게 공을 올린 오이카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좀 아파도 다시 일어나면 되겠지, 싶었다. 그 순간까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이카와의 몸이 부딪힌 것은 체육관의 고무 바닥이 아닌, 점수판이 놓여져 있던 테이블이었다. 등과 부딪힌 철제 테이블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고 순간적으로 숨을 잘못 삼킨 오이카와가 기침을 했다.
“오이카와!”
“오이카와, 괜찮아?”
“콜록, 괜, 흐, 찮아요.”
손을 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오이카와는 그대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깨에서부터 퍼져 나간 통증 때문에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결국 감독이 타임 아웃을 불렀다.
“오이카와, 의무실에 다녀와.”
“괜찮습니다. 계속 할 수 있어요!”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갔다 와.”
아스마, 오이카와 데려 다 줘. 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며 대답한 같은 팀의 선배가 오이카와의 팔을 목에 둘렀다. 체육관을 벗어나며 오이카와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상대 편의 코트 위에 서 있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신경 쓰여 시합에 집중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 마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이카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이와이즈미는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 신호가 길게 이어졌고, 다시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오이카와는 전화를 받았다. 이와이즈미가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괜찮은 거야?!”
-아아, 시끄러워, 이와쨩. 그렇게 크게 말 안 해도 다 알아듣는다구.
오이카와의 목소리와 말투는 평소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그제서야 한 시름 놓았다. 괜찮은 거구나. 잠시 아무런 말이 없던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의무실로 와 달라고 했다. 이와이즈미는 같은 팀의 멤버들에게 먼저 가 보겠다며 자신의 짐을 챙겨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나 왔다, 오이카와.”
“아, 이와쨩.”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져지를 벗기곤 어깨를 봤다. 오이카와의 어깨에는 파스가 붙어 있었다. 그제서야 손을 뗀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된 거야? 크게 안 다쳤대?”
“그게….”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흐렸다. 이와이즈미가 살짝 인상을 쓰며 오이카와를 봤다. 입술을 말며 이와이즈미를 본 오이카와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뱉곤 입을 떼었다.
“이건 응급 처치야. 얼마나 다쳤는진 병원에 가 봐야 된대.”
“… 같이 가자. 많이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
이와이즈미의 말을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받아 치려던 오이카와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가벼운 부상일 텐데, 이와쨩은 걱정도 많네. 입 밖으로 내면 분명 한 대 맞을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의사는 건조한 목소리로 오이카와 토오루의 배구에 종막을 고했다.
그 이야기에 오이카와보다 이와이즈미가 더 충격 받은 얼굴을 했다. 이와이즈미에게 있어 오이카와는 팀은 갈라졌지만 자랑스러운 파트너였고, 세계 최고의 세터였다. 충격을 안 받을 리가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허망한 얼굴로, 오이카와는 초연한 얼굴로 병원을 벗어났다.
터덜거리며 걷던 이와이즈미는 자취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이와이즈미가 멈춰 서자 뒤를 돌아 본 오이카와는 빨리 안 오고 뭐 하느냐는 얼굴을 했다. 머뭇거리던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푹 숙였다가 쳐들며 물었다.
“너 말이야,”
“…….”
“괜… 찮은 거지?”
이와이즈미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살짝 웃었다. 다시 뒤를 돈 오이카와가 걸음을 떼며 대답했다.
“괜찮아.”
“…….”
“어차피 대학에 와서 한계를 실감하고 있었어.”
“…….”
“배구를 그만 두는 시기가, 조금 빨리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난 괜찮아. 오이카와는 정말로 괜찮은 목소리였다. 자신의 집 문 앞에 멈춰선 오이카와가 그럼 내일 봐, 하며 손을 흔들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오이카와의 집 앞에 멈춰 선 순간, 이와이즈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혼자 남은 오이카와는, 울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다.
이와이즈미가 아는 오이카와는 혼자가 되어도 울지 않는 사람이었다. 울어봤자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잘 알았기에, 오이카와는 고등학교 3학년의 마지막 시합 이후 친구들에게 고마웠다며 인사를 할 때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런 오이카와가, 처음으로 자신의 문제 때문에 울고 있었다.
오이카와의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이와이즈미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쏟아 부었고, 그렇기 때문에 좌절하는 시간도 아까워했다는 것을 이와이즈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 오이카와는 정말로 배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왔었다.
“… 멍청한 놈.”
이와이즈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안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 오이카와가 괜찮을 리가 없는데, 자신은 괜찮은 척을 하는 오이카와를 보며 안심했었다. 이와이즈미는 한동안 오이카와의 집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