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어 배구부에 든 뒤에 처음으로
본 것은 당신의 서브였다. 그 아름다운 폼과 뛰어난 컨트롤을 보며 중학교는 대단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에 비해 다른 선배들의 실력은
그저 그런 편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배구 실력은 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낫지 않을까. 수많은 연습경기들을 보며 깨달은 것은 중학교가 아니라 당신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의 수많은 배구선수들 중 누구를 닮고 싶은 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당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것이다.
스파이커의
힘을 완전히 이끌어내는 당신의 세트 업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현 내에서 당신을 꺾을 세터는 없다. 만약, 내가 당신을 꺾는다면.
봄
대회 준결승전이 끝났다. 승자는 우리 팀이었다. 당신의 팀
부원들을 보았다. 중학교 시절의 내 팀메이트들은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연습경기에서 당신 대신 세터를 했던 이는 허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파트너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보았다. 당신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모든
부원들이 마주 서서 악수를 했다. 주장인 당신도 우리 팀의 주장과 악수를 했다. 그대로 경기장을 나서는 선배들을 따라가는데 당신이 내 앞에 와 섰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는 당신의 앞에 서서 당신이 꺼낼 말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고 당신이 입을
떼었다.
“이걸로
1대 1이야.”
“……”
“우쭐하지
마.”
당신의
말을 들은 뒤에야 나는 승리한 것은 팀 대결이지 세터로서의 당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나는
세터로서의 당신을 꺾지 못했고, 당신은 내가 따라잡기엔 아직 멀리 있었다. 입술을 말아올린 나는 입을 떼어 있는 힘을 다해 당신에게 답했다.
“우쭐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당신과 나는 뒤를 돌아 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눈을
돌려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다. 팀 대결에서는 패했지만 당신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자신감이 가득했다. 문득 중학생 시절의 당신을 생각했다. 그 때, 당신은 정신적으로 핀치에 몰려 유난히 위태로웠었다. 어쩌면 배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그러나 당신은 곧 그를 딛고 일어나 마침내 현 내 베스트 세터의 자리에 올랐다.
강한 당신에게 시련이란 그 시절이 끝이었다.바보같게도 나는 당신과 이야기하는 그 잠시동안 당신이 우리와의 대결에서 패한 충격으로 배구를 그만두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당신의 배구는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앞으로도 눈 앞만 보며 당신의 배구를 할 것이고 나는 당신을 쫓아갈 것이다. 당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의 세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