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녀석과 사귀게 되었다는 것을 들은 것은 딱 일 년 전이었다. 내가 강제로 그 사람을 범한 다음 날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 나는 그 사람을 비웃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녀석과 사귈 거였으면 처음부터 그랬으면 됐다. 미련하게 나를 쫓아 다닐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작년에 내게 고백을 해 왔다. 나는 그 고백에 대답하지 않고, 그 사람을 실컷 갖고 놀았다. 그 사람은 그저 내 욕구를 푸는 노리개에 지나지 않았다. 버거워 하면서도 미움 받을까 봐 내 움직임에 쫓아오는 것을 보며 나는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과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손을 떼었다. 다른 사람, 그것도 쌍둥이 형제의 연인을 가지고 놀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녀석의 옆에서 웃는 그 사람을 보며 조금 속이 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정말로 행복하다는, 그 얼굴을.
처음엔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때문에 그 얼굴을 잊으려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그것을 아주 오랫동안 반복했다. 그리고 아주 나중이 되어서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녀석과 함께 살던 집에서 이사했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자각한 이상 그 곳에서 더 살 수 없었다. 녀석이 알면 불안할 것이었다. 짐을 정리하는 나를 보며 녀석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삿짐을 실은 차가 떠나가고 현관문을 나설 때, 나는 마침 찾아오던 그 사람과 마주쳤다. 그 사람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르는 척 하며 지나쳤다. 그 사람은 몸을 틀어 내 이름을 불렀다.
“아츠무쨩…”
그 사람의 부름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고개를 숙이곤 다시 발을 떼었다. 그 사람도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