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챙겨 본 적이 없어서.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아카아시를 보며 오이카와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카쨩-, 연애 해 본 적 없는 거야? 오이카와의 말에 인상을 쓴 아카아시가 많이 했거든요, 하고 대꾸했다. 전에 했던 것들은 가벼운 연애였고 여자친구들이 챙겨서 자신은 안 그래도 됐었다는 말들이 마냥 변명같아서 오이카와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그렇다고 해 줄게-.”
“그렇다고 해 주는 건 또 뭡니까.”
“이게 바로 연상의 여유야, 아카쨩.”
“아카쨩이라고 해서 말인데, 그 호칭 마음에 안 들어요. 내가 애기야 뭐야.”
아카쨩이 어때서? 너무 어린 것 같잖아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데. 그러고 보니 아카아시는 오이카와가 어린 애 취급을 할 때마다 묘하게 표정이 일그러지곤 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오이카와를 보며 아카아시가 입을 떼었다.
“그런 이상한 호칭 말고 이름으로 불러 줘요.”
“... 뭐요?”
“어차피 사귀는 사이잖아요? 저도 이름으로 부를게요.”
토오루 씨. 아카아시의 입에서 튀어 나온 제 이름에 내내 웃고 있던 오이카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기분이 나쁜 건가 싶어 오이카와의 눈치를 살핀 아카아시는 곧 순식간에 빨갛게 물든 오이카와의 얼굴을 보며 하마터면 크게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이름을 부르는 게 부끄러운 건가?
“가, 갑자기 그렇게 부르면!”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사이인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토오루 씨.”
이제 이름으로 불러 줘요. 아카아시의 말에 오이카와가 시선을 피했다. 여전히 얼굴이 새빨간 것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나갈 즈음에야 오이카와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ㅋ, 케이지...”
오이카와를 보는 아카아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부끄러워하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 사람이 이렇게 달아도 되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