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끔. 뻐끔. 뻐끔. 수조 속의 금붕어는 내 쪽을 보며 뻐끔거리다 방향을 틀어 유유히 헤엄쳐 나갔다. 나는 소파에 누워 그 모습을 빼놓지 않고 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한 마리가 죽어버려서 혼자 남은 금붕어가 쓰기엔 수조가 넓어 보였다. 실없는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흘러 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혼자 집에 남은 나와도 같아서.
테츠로에겐 병이 있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심지어 테츠로 본인도 몰랐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은 뒤에야 테츠로 본인도 그 사실을 알았다. 늦게 알게 된 만큼 병은 크게 번져 있어서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후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테츠로의 곁에 붙어서 간병을 했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날이 좋을 때면 근처에서 천천히 걸으며 데이트를 했다. 나는 그것을 1년도 넘게 반복했고,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생각했던 날 밤에 테츠로가 죽었다.
커밍아웃을 한 이후 테츠로는 부모님과 연을 끊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 연락에 테츠로의 부모님은 곧바로 찾아왔고,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에 오열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그저 우는 뒷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 테츠로의 부모님은 내 손을 꼭 잡고 힘든 일 있으면 꼭 얘기해 달라고 한 뒤, 내게 연락처를 알려 주곤 돌아가셨다. 나는 집에 도착해 조금 고민하다 핸드폰에 연락처를 등록했다.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테츠로가 빈 자리가 허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10년도 넘는 시간 동안 쭉 함께 있었고, 이젠 서로를 만나기 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허전한 것이 당연했다.
별안간 유유히 헤엄치던 금붕어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조금 놀라서, 아까보다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수조 속을 봤다. 한참을 몸부림 치던 금붕어는 곧 가만히 물 위로 떠올랐다. 금방 다시 헤엄치지 않을까 하고 지켜봤지만, 여과기에서 물이 흐르는 대로 떠 다니는 것을 보며 금붕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시체를 치워버릴 까, 하다가 조금 나중에 하자 싶어 천장을 보고 누워 팔로 눈을 가렸다.
전에 죽은 한 마리는 물 위에 떠 있는 모습만 봤었다. 그 금붕어도 방금 전의 금붕어처럼 물 속에서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다 죽었을까. 어떻게 되건 그 한 마리는 죽었고, 나머지 한 마리도 방금 전에 죽어서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어쩐지 금붕어들과 우리가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먼저 죽은 것은 테츠로. 방금 죽은 것은 나. 아마 나도 새로운 연인을 만나지 않는 이상, 나중에 죽은 금붕어처럼 혼자 죽겠지. 다시 수조 속을 한 번 보고, 팔로 눈을 가렸다.
있잖아, 테츠로. 누군가 내 머리 위로 바다를 뿌려 줬으면 좋겠어. 머리 위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싶어. 그렇게, 햇살과 함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싶어. 숨도 쉬지 않는 채로. 그렇게 영영 심해 속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옆엔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랑 나, 둘이서만 바다 속에 가라앉아서 언제까지고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너는 먼저 가라앉아 밑바닥에 있을 테니까, 나도 계속 가라앉고 있다 보면 언젠간 너에게 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