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온 것은 고등학교의 오후수업이 끝날 무렵이었다. 당시 아오바죠사이 고등학교 남자 배구부의 주장이었던 형은 연습경기가 있는 날 아침에 학교를 가며 무릎 서포터를 떨어뜨린 사실을 방과 후에야 깨달았다. 전화는 장을 보느라 집을 비운 어머니 대신 여섯 살이었던 오이카와가 받았다. 오이카와가 받으리라고 는 생각하지 못했던 형은 잠깐 당황한 목소리를 냈지만 곧 급히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토오루. 혹시 형 서포터 못 봤어? 왜, 가끔씩 형이 경기 끝나고 무릎에 하고 오던 거.
“봤어. 신발장 앞에서.”
-그거 지금 형한테 갖다 줄 수 있어? 곧 시합 하는 데 없어서.
형의 급한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선뜻 알았다고 했다. 형은 재차 혼자 올 수 있냐 물었고 오이카와는 갈 수 있다고 했다. 먼 거리도 아니고 형을 따라 축제 때 몇 번 가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잘 찾아갈 자신이 있었다. 열쇠로 야무지게 문까지 잠근 오이카와가 걸음을 내딛었다.
학교에 도착한 오이카와는 두리번거리다 형을 발견했다. 오이카와가 다가가며 형, 하자 형은 그대로 뛰어온다. 오이카와의 손에 들린 서포터를 받아 든 형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집에 가는 길에 우유 빵을 사가겠다고 약속했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은 몸을 틀어 뛰어갔다. 아마도 뛰어간 방향에 있는 것이 체육관일 것이다. 신발을 벗으며 체육관 안에 들어서는 형을 본 오이카와는 천천히 체육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체육관 가까이에 다가가니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이카와는 문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직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같은 팀원끼리 리시브를 하며 웜 업을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것을 문 앞에 서서 구경했다. 순간, 잘못 튕겨져 나간 공이 오이카와 쪽으로 날아왔다. 오이카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 미안해 꼬마야. 어디 안 다쳤어?”
“너 조심 안 하냐? 애기 다칠 뻔 했잖아.”
“주의하겠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배색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오이카와의 앞을 막아 서며 공을 잡았다. 리시브 실수를 한 사람은 주의를 받은 뒤 공을 받아 들고 뛰어갔다. 그 뒤로 팔을 풀며 걸어오던 형이 오이카와를 발견했다. 눈이 동그래진 형은 그대로 뛰어와 오이카와에게 시선을 맞추며 앉았다.
“집에 안 갔어?”
“응.”
“주장, 아는 앱니까?”
“어. 내 동생. 귀엽지?”
완전 귀여워요! 주장의 동생이라는 말에 부원들은 순식간에 형과 오이카와 주변으로 모였다. 건장한 체육계 남고생들이 어린아이 앞에서 쩔쩔매는 것은 당연했다. 부원들은 오이카와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차마 손을 뻗어 만져보지는 못했다. 곧 경기 시작할 테니 준비하라는 말이 들린 뒤에야 흩어져 자신의 자리에 섰다. 오이카와의 머리를 쓰다듬은 형이 씩 웃으며 물었다.
“토오루. 형 배구하는 거 볼래?”
“배구?”
“응. 형 배구할 때 엄청 멋있거든. 팬클럽도 있어.”
오이카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형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지 난간 뒤에 여학생 몇이 나란히 서 있었다. 형의 말에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웃은 형은 코치와 감독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오이카와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웃으며 동생을 봐주겠다 했고, 형은 경기를 하러 갔다. 오이카와는 코치의 옆에 앉았다.
처음 보는 배구경기는 말 그대로 눈을 뗄 수 없었다. 미들 블로커인 형은 블로킹은 물론 리시브도, 속공도 모두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언젠간 형이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던 중학 베스트 미들 블로커 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형은 상을 받을 만 했다. 굉장하다 못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실력이었지만 오이카와의 시선을 뺏은 이는 형이 아닌 같은 팀의 세터였다.
형과 같은 팀의 세터는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우수한 정도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스파이커들의 타점으로 정확히 토스하는 세트 업을 비롯한 경기 중의 센스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여섯 살 오이카와 토오루의 가슴은 TV에서 해주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보다 더욱 크게 뛰었다. 오이카와는 그 세터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