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동안 붙잡고 있던 글을 드디어 끝맺었습니다. 4시에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저장을 누른 것이 기억에 남네요. 원래 하루에 수십 번 날려먹기를 시전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날리지 않았습니다. 나색기가 많이 발전했군요. 짜식ㅎ 기특하다.
봄 대회 세이죠전을 보고 찌질하게 질질 짜면서 내새끼들 전국 보내줄거야! 하는 게 글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근데 쓰다 보니 완전히 오이카와 위주로 쓰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애니메이션 2기 후반부를 보면 아직도 어느 학교가 주인공교인지 헷갈립니다.
사실 세죠가 제 마음속에선 전국재패 오조오억번 했습니다(울컥). 원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이죠가 전국 진출을 한 번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왜죠? 어째서죠? 내새끼들 전통적인 강호굔데 왜 전국진출 한번도 못 한거죠? 후루다테센세 나중에라도 우리 애기들 전국 보내주세요(오열).
BGM은 새벽에 몰래 애니를 돌려가며 원작에 고증해 골랐습니다. 가령 파트 3의 경우 아웅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인데, 글에 쓰인 BGM은 실제로 1기 이와쨩의 회상에 나왔던 것입니다. 제목부터 이와쨩의 명대사죠. 파트 4는 2기 마지막화에서 우시지마와 오이카와가 이야기를 할 때 나왔던 것을 썼구요. 파트 5도 2기 24화에서 카라스노와 세이죠가 마지막 경기를 할 때 나왔던 것입니다.
1, 2와 6은 제목을 보고 전체적으로 들어 본 뒤에 골랐습니다. 1, 2의 BGM은 원작에서 히나타가 카게야마에게 진 뒤에 나왔던 BGM입니다. 제목부터 원작과 동명인 '하이큐-!!'예요. 그리고 6은 전국대회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란 오이카와의 다짐에서 골랐습니다. 원래는 3기 OST인 '다음 싸움' 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너무 영광스러운? 분위기라 안 어울리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더 야망 있는 분위기의 "위" 를 골랐습니다. 사실 '하이큐-!!'와 "위"는 후반부의 멜로디가 거의 같아요. 다만 "위" 쪽이 더 격정적인 분위기죠. 어릴 때와 현재 심정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좀 노렸어요.
상대 학교는 일부러 모호하게 썼습니다. 실제로 시라토리자와를 상상하며 쓴 부분도 있고 카라스노를 상상하며 쓴 부분도 있어요. 시라토리자와로 써 버릴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냥 딱히 구분짓지 않고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비슷한 선수들이 많기도 하구요.
그리고 쿄타니... 개인적으로 쿄타니 굉장히 귀여워하는데 등장시키려다 직전에 그만뒀습니다. 아마 쿄타니가 등장한다면 전국대회 전이 되지 않을까요. 전국대회 출전 전에 주전 선수들과 아주 많이 연습해서 더욱 강한 팀이 된다는 게 글 속의 설정입니다. 그리고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돼요. 어디까지 올라갈 지는 상상에 맡기는 게 좋겠죠?
쓰다 보니 상당히 의식의 흐름대로 넘어갔네요. 아마 오이카와는 아주 오랫동안 전국 진출을 꿈꿔왔을 거예요. 그랬기에 이렇게 2차 창작에서나마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자신을 짓누르는 천재들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으며 강해지는 것 자체로 오이카와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제 최애다워요(왈칵). 오선배 전국길 국대길 꽃길만 걸으세요!!!
-2017. 3. 2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된 글이 있어요. 오이카와는 선수로서 대성할 기질보다 꾸준한 모니터링과 분석들을 통해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글이었어요.
이런 재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일반인, 아마추어도 꾸준한 관심과 나름의 분석, 그리고 쌓아가는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분석력을 갖추게 되는데, 이런 쪽 센스가 타고난 오이카와라면 선수로선 미지수지만 감독으로선 확실히 성공할 것 같다는 게 글의 내용이었어요. 오이카와가 말했던 재능을 꽃피우는 게 오늘, 내일 혹은 삼십년 뒤일지도 모른다는 게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하더라구요.
그 글을 보고 2탄의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초반의 내용은 제 안의 오이카와는 곧 죽어도 선수로 뛰는 걸 포기 안 할 애라서(...) 넣은 것이었습니다. 저도 쓰면서 많이 괴로웠어요. 사실 제가 최애 굴리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하는데 잘 보지를 못 합니다... 참고로 글 속의 오이카와는 21살입니다.
그리고 파트 6은 원래 오이카와 때의 세이죠 부원들이 TV로 경기를 지켜보고 코트 위와 TV 밖을 왔다 갔다 하면서 쓰려 했는데 내용이 난잡해져서 빼게 되었어요. 나오진 않았지만 전국 진출 확정에 오이카와만큼 기뻐하지 않을까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글에 모브캐도 꽤 많이 나오는데, 사실 모브캐들 이름을 상당히 신경 써서 정했습니다. 제가 어마어마한 설정 덕후거든요. 일본에 실제로 존재하는 성씨들 찾아 보고 한자사전에 검색해 가면서 정하고 뿌듯해 했습니다. 본편에 나올 일이 없어서 슬프네요. 근데 후기는 이런 얘기 하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보세요. 싫어도 할 수 없어요. 제 맘이니까.
레프트인 쿠루미는 올 래(來)자와 바다 해(海)자를 쓴 이름이에요. 직역하면 바다로 오다, 인데 여기서 오는 건 공을 의미하고 지었습니다. 이는 리베로인 나가레카와의 이름과도 이어지는데요, 나가레카와는 흐를 류(流)에 내 천(川)자를 써요. 강이 흐른다는 의미죠. 강은 흘러서 바다로 가니까 에이스에게로 공을 잇는 거죠.
또 다른 레프트인 휴우가의 이름은 날 일(日)자와 향할 향(向)자를 씁니다. 상대의 코트를 향해 서브를 넣는다, 는 의미예요.
미들블로커인 마카베의 이름은 참 진(眞)자와 벽 벽(璧)자를 씁니다. 날아오는 공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벽 벽자 들어간 성을 힘들게 찾았어요. 참고로 딱 한 번 나온 타카미네는 높을 고(高)자와 봉우리 봉(峰)자를 씁니다.
마지막으로 라이트인 사타케는 도울 좌(佐)자에 호반 무(武)자를 씁니다. 도울 좌자야 말 할 필요도 없고, 호반 무자에는 잇다, 계승하다의 의미도 있어요. 공을 잇는 다는 뜻이에요.
후기에 쓸 말은 대충 이 정도가 되겠네요. 디엠으로 글 봐 주신 남길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연성 바칠게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