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공이야! 이와이즈미의 눈 앞으로 공을 내민 오이카와가 헤헤 웃었다. 경기를 보고 온 날 오이카와는 엄마 앞에서 내내 배구 배구 노래를 불러 댔다. 위험하니까 안 된다던 엄마는 계속 졸라 대다가 종내에는 와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오이카와에 결국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클럽팀에 가입시켜준다며 백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형은 새 배구화를 사겠다며 모으던 용돈을 털어 오이카와에게 소프트 배구공을 선물했다. 배구공을 받아 든 오이카와는 바로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와이즈미는 배구공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있었다. 공을 위로 던진 오이카와는 학교에서 형이 했던 것처럼 서브를 넣어보려 했지만 눈으로만 보고 따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은 오이카와의 손에 맞지도 않고 바로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무리 부드러운 소프트 배구공이라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공에 맞으면 아픈 것이 당연했다. 머리를 감싸 쥔 오이카와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오이카와를 한심하다는 듯 보던 이와이즈미는 관심을 끄고 잠자리채를 든 채 자리를 떴다.
“오이카와 너 또 그거 들고 나왔냐?”
“응! 오늘은 형이 가르쳐 준 거 해보려고. 이와쨩이 공 좀 던져줘!”
오이카와의 부탁에 이와이즈미는 순순히 그러지 뭐, 하며 잠자리채를 내려놓았다. 이와이즈미가 꽤 멀리 떨어져 서면 오이카와도 허리를 살짝 숙이며 자세를 잡았다. 오이카와를 본 이와이즈미가 간다, 하며 공을 던졌다. 오이카와는 제 쪽으로 날아온 공을 리시브했다.
“아, 잘 안 되네.”
“그거 진짜 형이 가르쳐 준 거야?”
“으응. 형이 하면 이렇게, 앞으로 똑바로 날아가던데.”
“진짜?”
“응. 이와쨩, 미안한데 한 번만 더 던져주라.”
이와이즈미는 이번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곤 아무렇게나 튕겨져 나간 배구공을 주워들었다. 오이카와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와이즈미가 다시 공을 던지고 오이카와가 리시브를 했지만 이번에도 공은 팔을 맞곤 멋대로 튕겨져 나갔다. 처음 몇 번이나 해 줬지, 곧 질린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게 공을 내밀었다.
“오이카와. 이거 재미없어.”
“에엥, 안 해줄 거야?”
“응. 난 저기서 놀 테니까 너도 이따 나랑 놀 거면 글루 와.”
이와이즈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이카와는 놀고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가서 공을 던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와이즈미처럼 처음엔 고개를 순순히 끄덕인 아이들은 곧 다들 질려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버렸다. 오이카와는 금세 혼자 남았다. 혼자 배구공을 보며 서 있는 오이카와를 보다 이와이즈미는 걸음을 떼었다.
“오이카와.”
“이와쨩?”
“공 던져 줄게. 줘.”
이와이즈미가 내민 손을 보던 오이카와는 조용히 공을 내밀었다. 공을 받아 든 이와이즈미는 다시 아까처럼 떨어져 자리를 잡고 오이카와는 다시 리시브 준비 자세를 했다. 이와이즈미가 공을 던지면 오이카와는 그를 리시브하려 애썼다. 놓치면 다시 주워 리시브를 하고, 또 다시 놓치고, 리시브를 하고. 두 아이들의 리시브 연습은 꽤 오랜 시간동안 이어졌다.
해가 기울며 하늘을 주황색으로 물들일 무렵이었다. 오이카와도, 이와이즈미도 완전히 지쳐서 거의 땅바닥에 드러누울 지경이었다. 숨을 몰아 쉬다 오이카와가 일어나서 이와이즈미를 봤다.
“이와쨩, 공 던져줘!”
“또?”
“이번이 마지막! 이것만 하구 집에 갈게!”
손을 모으며 부탁하는 오이카와에 한숨을 쉰 이와이즈미가 일어나서 공을 들었다. 간다! 마지막 연습이 될 공이 던져졌다. 공중으로 떠올랐던 공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공을 보던 오이카와가 다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공이 오이카와의 팔을 맞곤 똑바로 뻗어 나갔다. 그는 다시 이와이즈미의 품으로 돌아왔다. 멍하게 선 두 아이들 사이를 적막이 채웠다. 그는 곧 소리를 질러 대는 오이카와에 의해 깨졌다. 이와이즈미가 깜짝 놀라 공을 떨어뜨렸다.
“이와쨩 방금 봤어?! 대단해! 대단해! 형이 하면 항상 이렇게 됐었거든!”
“… 그래?”
“응응! 아, 이제 집에 가야겠다. 이와쨩 내일 봐! 내일도 또 배구하고 놀자!”
이와이즈미가 떨어뜨린 공을 주워 든 오이카와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이와이즈미는 조용히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보다가 바닥에 내려 뒀던 잠자리채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와이즈미는 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