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그렇게 말했기에 나는 그것이 정말 동경이라고 믿었다. 선배의 모든 순간을 눈으로 좇으며, 이해하기 힘든 가슴의 울림을 애써 감출 때에도 나는 그 사람의 말대로 그것이 동경이라 믿었다. 유난히 선배를 쫓았던 것도 전부 그의 실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내가 아는 한 그 사람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닮고 싶었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선배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온 몸으로 거부했다. 그 사람은 항상 웃고 있었기에 나는 그 사실을 아주 늦게야 알았다. 딱 한 번, 선배에게 맞을 뻔 한 이후로 나는 스스로 그 사람에게 거리를 두었다. 그 상태로 선배는 졸업했고, 나는 그 사람의 일을 가슴 속에 묻어 두었다.
몇 번 보러 갔던 고등부의 현 내 예선전에서 나는 그 사람이 시합에 나오지 않을 때에도 계속해서 눈으로 선배를 좇았다. 코트의 한 쪽 구석에서 공을 든 채 심호흡을 할 때에도, 코트 안에서 정신없이 뛰어 다닐 때에도, 잠깐 닿았던 공이 그 사람의 손에서 떠날 때에도, 코트 바로 앞에서 자세를 틀어 공을 내리 꽂을 때에도, 나는 선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벅차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 처음으로 코트 너머에서 선배를 볼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던가. 벌써 학기 초의 일이고, 이제는 한 해를 넘기기 직전인 때였다. 당연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다만 그 때에도 그 사람을 좇느라 몇 번이고 페이스를 놓칠 뻔 했던 것은 선명히 기억났다. 금방 페이스를 찾았고 같은 편의 선배들과 동창들은 눈치채지 못 했지만, 그 사람은 눈치 챈 듯 나를 보며 살짝 웃고는 뒤돌아 가 버렸다. 그 때의 생각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고, 걸음을 떼었다.
지난 수요일, 선배가 죽었다.
오후 연습을 빠지고 찾은 장례식은 하교 시간과 맞물려서 북적이고 있었다. 구석에서는 중학교 때의 동창 몇이 뒤를 돈 채 눈가를 닦고 있었고, 익숙한 얼굴의 선배는 후배들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척 그 사람들을 지나쳐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향불을 피우고 두 손을 모은 순간, 눈 앞이 흐려지더니 교복 바지 위로 물방울 두어 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