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십자성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
갑자기?
어릴 때 좋아하던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이 남십자성을 의미하거든요.
그래?
네. 어려운 것에 부딪힌다고 해도 믿는 것들을 위해 싸워라, 하는 노래예요.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을 때부터 쭉 남십자성을 실제로 보고 싶었어요.
오키나와에선 볼 수 있다던데.
그 얘기, 고등학교 수학여행 다녀 온 뒤에야 알았어요. 알았더라도 그 때는 노느라 남십자성 생각은 하지도 못 했을걸요.
아카아시도 생각 없이 놀 때가 있어?
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데요.
네가 그렇게 논다는 거 자체가 상상이 안 가.
뭐, 선배랑 있으면 쫓아다니느라 놀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해!
저기 별똥별 떨어져요.
어디?!
끝났네요.
아카아시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뭐 빌고 싶은 소원이라도 있어요?
……
선배?
……
선배 울어요?
… 너 같으면 안 울겠어?
… 미안해요.
네가 아프지 않았다면,
……
나는 오키나와가 아닌 남극에서 너랑 남십자성을 보고 있었을 거야.
……
……
그랬다면 정말 기뻤을 거예요.
… 얼마나 남았대?
길면 한 달이요.
미안해.
…….
너에게 꼭 남십자성을 보여주고 싶어.
……
그럴 수가 없어서 미안해.
… 선배가 왜 미안해요.
……
나는, 선배만 있으면 남십자성은 안 봐도 돼요.
......
선배가 훨씬 더 빛나는 걸요.
딱 한 달 뒤에 너는 죽었다. 나는 네가 좋아했다던 곡의 CD를 장례식 때에 태웠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 나는 돌아와서 울었다. 너는 뭘 하고 있을까. 그 보고싶다던 남십자성을 보러 갔을까. 나는 정말로 너에게 남십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느에... 제가 쓴 글 중에선 처음으로 대화로만 이루어진 글이로군ㄴ녀... 뭐... 마지막에 보쿠토의 독백이 나오긴 하지만...
아카아시가 이야기하는 곡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썩던콩이라는 몬더그린으로 유명했던 403 Forbiddena의 곡인 'Southern Cross' 입니다.
원래는 단순히 별을 좋아해서 남십자성을 보고싶다는 이야기였는데, 곡의 가사를 보고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설정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가사를 조금 더 인용하여 다른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