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특이한 애칭으로 나를 부르는 사람은 전교에서 너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들면 네가 징징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네가 저렇게 징징거리며 내게 오는 것은 으레 남자친구인 우시지마와 다투고 난 뒤였다. 그것은 오늘도 다르지 않았는지 너는 내 옆에 앉자 마자 와카쨩이-, 하며 입을 뗀다.
"이번 합숙 때 연락 못 한대! 왜 못하냐고 물어보니까 연습해야 된다고 못 한다는 거 있지?"
"아, 그러고보니 이번에 배구부 합숙 간다고 했지."
"응! 웃기지 않아? 화장실 갈 때나 밥 먹고 난 다음에 잠깐이라도 할 수 있잖아!"
나 와카쨩 싫어!! 항상 그렇듯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고 난 뒤에는 내 어깨에 기대 얼굴을 묻는다. 너는 항상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털어놓은 뒤에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마시고 있던 우유를 내려놓고는 어깨에 기댄 너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와이즈미는 뭐라고 그래? 내 말에 고개를 든 너는 예쁜 얼굴 가득 인상을 썼다.
"얘기 했지! 근데 네 남친 얘기는 딴 데 가서 하라고 화내잖아!"
아아, 너의 말을 들은 뒤에야 기억이 났다. 이와이즈미는 다른 건 몰라도 연애 문제에 관해서는 냉정했었지. 이와이즈미는 평소에도 연애문제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고 다니니까. 그 바람에 너는 항상 내게 연애문제를 상담-이라고 해봤자 일방적으로 네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하게 되었다. 너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네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알았어. 나중에 우시지마 보면 나도 얘기 해볼게."
내 말에 너는 그제야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에 나는 순간 어정쩡한 표정 그대로 굳어버리고, 그 순간 종이 친다. 나 갈게, 하며 일어난 너는 교실 밖으로 나간다. 때맞춰 교실에 들어오던 이와이즈미는 너의 뒷모습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쓰며 나를 봤다. 나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 내게 척척 걸어온 이와이즈미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떼었다.
"너 또 오이카와 얘기 들어줬지?"
"응."
"... 난 세상에서 네가 제일 이해가 안 돼."
이와이즈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와이즈미의 말도 이해가 간다. 근처에 앉아있는 다이치와 아사히도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얼굴을 한 채로 날 보고 있으니까.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다가 나는, 그냥 고개를 숙여버린다. 이와이즈미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