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을 가게 된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집 정리가 대충 끝나자 마자 부모님은 공원으로 찾아와-토오루의 엄마에게 물어보았다고 했다- 내 손을 붙잡고는 새로 다니게 될 학교를 찾았고, 다음날부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부모님과 선생님이 얘기하는 동안 발장난을 쳤던 것만 기억난다.
선생님을 따라 걷는 새 학교의 복도는 어색한 것 투성이였다. 벽도, 바닥도, 구조도. 어느 날 갑자기 먼 이국에 떨어진 것처럼 갑작스레 밀려든 새로운 것들에 머리 속이 울렁거렸다. 그 느낌이 어색하고 막막해서 나는 책가방의 끈을 꼭 쥐었다.
교실의 문이 열렸다. 창 밖으로 들어온 햇빛에 눈이 부셔 잠시 눈을 찡그리고는 선생님을 따라 교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조금 흐르며 빛이 눈에 익숙해지고, 그럼에 따라 반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운데 자리에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이와이즈미였다. 선생님은 이와테에서 왔다며 간단히 내 소개를 했고, 나는 굳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어가며 입을 떼었다.
-스, 스가와라 코우시야.
간신히 이름을 이야기하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다시 앞을 보자 이번에는 맨 뒷자리에 앉은 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마주쳤던, 토오루였다. 키가 큰 편인지라 맨 뒤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저를 본 것을 알았는지, 토오루는 턱을 괸 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내내 창 밖으로 쏟아지던 햇빛이 조금 더 눈부신 것 같았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때의 토오루 너는 그저 '예쁘장한 사내애'로 보였다. 얼굴은 예뻤지만 짧은 머리와 옷차림 같은 것은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개구쟁이 애들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러나 나를 보곤 웃으며 손 흔드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예뻐서 나는 자리로 들어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온 바람이 너와 내 사이를 흔들었고, 그 때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너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열 한살이 가까워져 오던 봄과 여름 사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