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즈음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좀처럼 끊을 수가 없었다. 너는 물론이고 이와이즈미도 아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너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너는 내게서 담배냄새가 날 때마다 나를 붙잡고 잔소리를 해댔다. 바로 지금처럼.
"스가쨩 또 담배피웠지? 옷에서 담배냄새 엄청 나!"
"아, 그렇게 심해?"
"그걸 말이라고 해? 스가쨩은 일찍 죽을 거예요? 오이카와씨가 담배 끊으라고 하잖아-."
"그래도 네 앞에선 안 피우잖아. 조금씩 줄일게."
"줄이는 건 안 돼! 아예 확 끊어야지!"
네 잔소리에 일부러 허허 웃으며 자리를 피하면 또 담배피우러 가느냐며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너를 볼 때마다 담배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한 대를 다 태운 뒤에 또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곧 이와이즈미가 나와 내 옆에 선다.
이와이즈미는 집 안에서부터 들고 있던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나도 딱히 이와이즈미에게 시선을 두지 않곤 창 밖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뿅뿅거리는 게임기의 효과음 소리의 메아리가 빈 복도에 울렸다. 그것을 배경음악 삼아 두 번째 담배를 피웠고 세 번째 담배를 꺼낼 때, 이와이즈미가 입을 떼었다.
"오이카와 녀석이 너 엄청 걱정하더라."
"아아..."
"나야 별 말은 안 하려고 하지만, 요즘 더 늘은 거 아냐? 볼 때마다 물고 있어."
"음, 확실히 좀 늘긴 했나."
"그래 임마. 운동하는 놈이."
이와이즈미의 말에 불을 붙이려던 세 번째 담배를 다시 곽 안으로 집어넣었다. 라이터도 도로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와이즈미는 내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떼다가도 다시 꾹 다물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니 내가 답답해져서 이와이즈미에게 물었다.
“이와이즈미. 나한테 할 말 있어?”
이와이즈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솔직한 이와이즈미는 정곡을 찔리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곤 했다. 짧게 한숨을 내뱉은 이와이즈미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말이야, 오이카와한테 정말 고백 안 할거야?”
그러고선 하는 말이 의외였다. 나는 잠시 놀란 눈으로 이와이즈미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다. 날이 좋지 않아서 안 그래도 까만 밤하늘에 달이나 별도 안 보일 정도였다.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하늘을 보다 입을 떼었다.
“안 해.”
“… 진짜로.”
“응. 평생.”
나는 타이밍을 놓쳤다. 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는 이상 내가 너에게 고백할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옛날에 너 좋아했었어, 하고 가볍게 말 할 일도 없다. 그냥, 가슴에 묻어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