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올라간 이후로는 반도 갈라지고 부활동도 하게 되어서 붙어 다닐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부활동이 끝난 이후나 휴일에는 내내 붙어 있다 보니 사이가 소원해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었던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의 겨울이었다. 그 날은 부활동 공식 휴일이었다. 우리 부 뿐만 아니라 그 애의 부도 마찬가지였다. 그 날 이와쨩은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간다고 했고, 혼자 남은 나는 그 애의 반으로 향했다.
-이와이즈미는?
-바쁘다고 먼저 간대.
-그래? 그럼 우리도 가자.
가방을 고쳐 멘 그 애가 먼저 걸음을 떼고, 나도 그 애와 발을 맞췄다. 초등학생 때는 내 키가 더 컸었는데 중학생이 되니 어느새 엇비슷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남자애들은 중고등학생 때 키가 많이 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실없는 생각을 하다 밖으로 나왔을 땐 거세게 부는 바람 때문에 깜짝 놀랐다.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날 보며 화들짝 놀란 그 애가 다시 나를 끌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괜찮아?
-어어. 갑자기 추워져서 좀 놀랐어.
-올 겨울 들어서 오늘이 제일 춥댔어. 귀마개라도 하고 오지.
-오이카와씨는 오늘 늦잠을 자서 그럴 시간이 없었네요-.
너스레를 떠는 날 보며 눈을 감고 한숨을 쉰 그 애는 자신의 목에 두른 목도리를 풀었다. 밖에 추운데 왜 그러냐며 내가 묻기도 전에 그 애는 자신의 목도리를 내 목에 둘러 주었다.
갑작스레 가까워진 그 애의 숨과 목도리에 가득 밴 그 애 특유의 섬유유연제 냄새에 나는 굳어버렸고, 꼼짝 없이 그 애가 해 주는 대로 서 있어야만 했다. 이런 내 속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꼼꼼하게 목도리를 둘러 준 그 애는 다 되었는지 나를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됐다. 가자!
-어, 응? 아니야! 스가쨩 해!
-됐어. 감기 걸리니까. 너 하고 가.
다시 목도리를 풀어버리려는 내 손을 저지한 그 애가 먼저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애가 다시 멈춰 돌아볼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첫눈은 내린 뒤였고, 봄이 오기까지는 한참 멀었었다. 세상이 겨울 냄새로 가득 차 있을 때, 봄 냄새 나는 내 첫사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