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사는 오빠가 휴가를 맞아 미야기로 내려왔다. 오빠네 부부가 데이트를 나간 동안 아들인 타케루를 보는
것은 고모인 내 일이 되었다. 부활동을 쉬는 날이라 다행이었다.
“코우시
형아는?”
“스가쨩? 오늘 부활동 있을 걸. 왜?”
“아니, 옛날에는 코우시 형아가 맨날 놀러왔었잖아. 하지메 형아랑.”
타케루의
말을 듣고 보니 중학생 때의 그 애는 정말로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 왔었다. 집이 먼 것도 아닌데 가끔은
오빠네 방에서 자고 가기도 할 정도였다. 그 때 생각을 하니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토오루는
코우시 형아랑 안 사귀어?”
“… 응?”
“코우시
형아 좋아했잖아. 맨날 스가쨩이, 스가쨩이, 노래를 하더니.”
타케루의
말에 조금 놀랐다. 애들은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도 모른다던데. 더군다나
그 때 타케루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였었다.
“티
많이 났어?”
“응. 아빠도 토오루는 코우시 군이랑 결혼 하는 건가, 하고 말했었구.”
타케루의
말에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 하긴, 중학생 때는 정말 그 애가 일상의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좋아했었다. 이와쨩이
연애 얘기에 질려버린 것도 그 때 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애의 이야기를 해 댔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토오루, 코우시 형아랑 어떻게 됐어?”
타케루는
눈까지 빛내며 물어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같은 반에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했던가. 설마 내 얘기에서 조언을 구하는 건 아니겠지.
“타케루. 스가쨩은 친구야.”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었다. 그 애는 어디까지나 내 친구고, 그래서
그 애 앞에서 애를 썼다. 내가 조금이라도 그 애를 좋아하는 기색을 보였다가는 영영 어색한 사이가 될
것이니까. 좋아하는 사람 이전에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이고, 가끔은
오빠같기도 한 존재였다. 나는 그 애를 잃고 싶지 않아서 내 감정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