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 쓰는데 스가 너무 짠내나서...
너에게 고백을 하려고 다짐했던 때도 있었다. 그게 중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너에게 할 고백은 내 일생일대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그럴싸한 고백 멘트를 찾아가며 연습해 보기도 했고, 꽃집에 가서 어떤 꽃다발을 내밀 지 고민도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졸업식 날이 왔다. 나는 그 전 날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머릿속에 너 밖에 없어서 도저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스가와라. 오이카와 못 봤냐?
-토오루?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또 어디서 딴 짓 하고 있겠지. 찾아보고 올게.
-아니, 내가 찾아 올게.
너를 찾으러 간다는 이와이즈미를 만류하고 대신 걸음을 떼었다. 너를 찾아 다니며 나는 가쿠란의 두 번째 단추를 뜯었다. 꽤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역시 단추를 주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너는 인적이 드문 뒷뜰에 있었다. 너를 부르려 하는데 네 앞에 누군가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몸을 숨겼다. 너와 네 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그러다 그 사람의 목소리로 침묵이 깨졌다.
-좋아합니다, 오이카와 양!
-… 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가능하다면 사귀고 싶어요!
순간 큰 소리를 낼 뻔한 것을 억지로 입을 막아 참았다. 하긴, 너는 누가 봐도 예쁜 외모 덕분에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고백을 수두룩하게 받곤 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네 목소리가 적막을 무너뜨렸다.
-미안, 타카하시 군.
-오이카와 양…?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미안해.
그 순간, 나는 크게 휘청여 넘어질 뻔 했다. 너는 평소에도 수도 없이 고백을 받았지만 항상 그것들을 거절해 왔다. 내가 왜 사귀지 않느냐고 물어봐도 너는 그냥, 하고 얼버무리기만 했다. 나는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너에게 고백을 했던 사람은 들어줘서 고마워, 하곤 나를 지나쳐 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 사람은 곧 보이지 않게 되었고, 곧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네 발소리일 것이다. 곧 네 모습이 보이자 나는 네 어깨를 잡는다.
-토오루, 여기 있었어?
-스, 스가쨩?
-뭘 그렇게 놀라? 가자. 이와이즈미 기다리겠다.
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익숙해 진 일이었다. 잠시 놀란 눈으로 나를 보다 살짝 시선을 내리깐 너는 곧 다시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걸음을 떼었다.
네가 보지 못하는 사이 나는 몰래 단추를 버렸다. 나는 평생 고백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너를 좋아하더라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를 위한 나의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