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에 이사를 온 것은 열 살의 봄과 여름 사이였다. 트럭에서 내리자 마자 본 것은 새로 살게 될 집이 아니라 맞은 편에 위치한 집의 담장 앞에서 나를 보고있는 남자애였다. 짧은 머리에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그 애는 옆에 서 있던 제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 애를 내려다본 그 애의 엄마는 그 애를 따라 나를 보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 애의 손을 잡은 채 내게 다가왔다.
-이사 왔니?
그 애의 엄마를 올려다본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의 엄마는 정말로 예뻤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보다도 훨씬 예쁜 그 애의 엄마가 웃으며 다시 한 번 입을 떼었다.
-이름이 뭐야?
-코우시요. 스가와라 코우시.
-코우시. 그래, 코우시는 몇 살이야?
-생일 안 지나서 열 살이요.
-어머, 우리 토오루랑 동갑이네?
토오루, 친구한테 인사해. 그녀의 말에 그 애는 자신의 엄마를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나를 본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며 입을 떼었다.
-안녕, 상쾌군.
인사와 함께 따라온 것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별명이었다. 그 애의 엄마도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상쾌군이 뭐야, 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 말에 그 애는 아무렇지 도 않게 상쾌하게 생겼잖아, 하고 대꾸했다. 다시 웃음을 터뜨린 그 애의 엄마는 이제 너도 이름을 가르쳐 주라며 등을 떠밀었다.
-... 토오루. 오이카와 토오루.
-안녕, 토오루.
내 인사에 그 애, 토오루가 희미하게 웃음지었다. 그 때, 엄마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보면 대강 짐 정리가 끝난 것인지 땀을 닦는 엄마가 보였다. 그러다 토오루의 엄마를 보고는 안녕하세요, 하며 다가온다.
-코우시네 어머님 이세요?
-네. 이 근처 사세요?
-요 앞 집에 살아요.
그 뒤로 우리 엄마와 토오루의 엄마는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지루한 것인지 토오루는 중간중간 하품을 하기도 하고 신발을 흙먼지 투성이인 길바닥에 문대기도 했다. 그러다 엄마가 토오루를 보고는 입을 떼었다.
-그나저나 토오루는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여자애라고 해도 믿겠어요.
엄마의 말에 토오루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토오루를 내려다 보았다. 토오루도 별안간 들려온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았다. 곧 토오루의 엄마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여자애예요, 토오루…
하? 그 말에 엄마는 물론이고 나도 놀랐다. 짧은 머리에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나는 영락없이 남자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애라니. 그제서야 놓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윳빛의 뽀얀 피부라던가, 또래의 남자애들보다 예쁘장한 얼굴 하며 유난히 더 가느다란 팔다리까지. 아마 내 인생 최고의 반전이 아니었을까. 난 정말로, 토오루가 여자애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도 토오루의 엄마와 우리 엄마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조용히 보고 있던 토오루는 저기, 하며 입을 떼었다.
-상쾌군은 어디서 왔어?
-이와테.
-으응, 가까이에서 왔구나.
그리고 토오루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분명 그 때의 토오루는 여자애는 커녕 왈가닥에 선머슴애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웃는 얼굴만큼은 너무도 예뻐서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멍하게 저를 보고 있으면 토오루가 손을 쭉 뻗으며 물었다.
-같이 공원에 갈래?
-......
-내 친구 하지메쨩도 소개 시켜줄게.
내가 토오루의 손을 잡으면 그 애는 망설이지 않고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 때는 토오루의 키가 나보다 더 커서 힘으로도 상대가 안 됐었다. 아무튼 나는 그 애를 따라 공원엘 갔고 그 애의 친구라는 이와이즈미와 함께 울타리에 앉은 나비를 잡으며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