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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우리 얼마나 만났지. 마츠카와 잇세이는 침묵한다. 마주 앉은 연인은 그에게 시선 한 줌도 주지 않은 채 묻고 있었다. 대답 없이 빨대로 잔 속을 몇 번 저은 마츠카와 잇세이는 9년, 하고 짧게 대답했다. 연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그 만큼이나 됐구나. 빨대를 내려놓은 마츠카와 잇세이는 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대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사귀었으니까.” “시간 엄청 빠르네.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대화는 끊겼다. 마츠카와 잇세이는 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연인은 창 밖만을 보고 있었다. 말없이 커피만 마시던 연인이 입을 떼었다. “그만 할까.” 마츠카와 잇세이는 고개를 들어 연인을 마주 봤다. 그는 여느 때처럼 여유 가득한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
*마트 갔다 오는 길에 머릿속에 저 사진 두 개가 겹쳐짐*논커플링 원고 하다가 오랜만에 호모심으로 하얗게 불태우며 한 연성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레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하늘이 뿔이라도 난 마냥 퍼붓고 있었다. 급한 대로 근처 건물의 처마 밑에 들어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거세졌다. 그 때 쯤이 되어서야 아침밥을 먹으며 봤던 일기예보가 기억이 났다. 오늘은 밤새 비가 오고, 새벽에나 날이 갤 것이라고 했다.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가방으로라도 비를 막고 갈까 고민할 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토비오?” 고개를 든 곳에는 중학교 시절의 선배가 있었다. 안쪽에 맑은 하늘 무늬가 프린팅 된 검은 우산을 든 선배는 조금 놀란 얼굴..
남십자성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 갑자기? 어릴 때 좋아하던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이 남십자성을 의미하거든요. 그래? 네. 어려운 것에 부딪힌다고 해도 믿는 것들을 위해 싸워라, 하는 노래예요.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을 때부터 쭉 남십자성을 실제로 보고 싶었어요. 오키나와에선 볼 수 있다던데. 그 얘기, 고등학교 수학여행 다녀 온 뒤에야 알았어요. 알았더라도 그 때는 노느라 남십자성 생각은 하지도 못 했을걸요. 아카아시도 생각 없이 놀 때가 있어? 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데요. 네가 그렇게 논다는 거 자체가 상상이 안 가. 뭐, 선배랑 있으면 쫓아다니느라 놀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해! 저기 별똥별 떨어져요. 어디?! 끝났네요. 아카아시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뭐 빌고 싶은 소원이..
원고하다 탈주하고 급하게 썼음안 쓰면 까먹으니까... “선배를 사랑해요.” “아니, 그건 동경이야.” 선배가 그렇게 말했기에 나는 그것이 정말 동경이라고 믿었다. 선배의 모든 순간을 눈으로 좇으며, 이해하기 힘든 가슴의 울림을 애써 감출 때에도 나는 그 사람의 말대로 그것이 동경이라 믿었다. 유난히 선배를 쫓았던 것도 전부 그의 실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내가 아는 한 그 사람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닮고 싶었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선배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온 몸으로 거부했다. 그 사람은 항상 웃고 있었기에 나는 그 사실을 아주 늦게야 알았다. 딱 한 번, 선배에게 맞을 뻔 한 이후로 나는 스스로 그 사람에게 거리를 두었다. 그 상태로 선배는 졸업했고, 나는 그 사..
*떡은 안 나옴*하지만 내 기준에서 좀 야한 묘사가 많이 나옴*트위터에서 투표했는데 잠그지 말라고 해서 안 잠궜음*문제 생기면 잠금*사실 오이카와 분량은 별로 없음 “고민이 있어.” “뭔데?” “오이카와 선배가 너무 야해.” 카게야마 토비오. 나이 21세. 히아시 국립 대학교 재학생이자 국가대표 배구 선수. 특이사항. 같은 중학교 출신인 두 살 연상의 연인과 교제 중. 최근의 고민. 애인이 너무 야하다. 카게야마의 말을 듣자마자 히나타와 츠키시마, 야마구치가 인상을 팍 썼다. 특히 최근에 애인과 헤어진 츠키시마는 그야말로 카게야마를 한 대 칠 수도 있을 듯한 얼굴이었다. 잠시 그런 츠키시마의 눈치를 보던 카게야마는 고민하다 한숨을 쉬곤 입을 떼었다. “혹시 엘르(Elle) 알아?” “엘르?” “혹시 거기..
이와이즈미가 사고를 당했다. 차에 치일 뻔 한 오이카와를 밀친 이와이즈미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에 온 몸을 부딪혔다. 이와이즈미의 몸은 그대로 튕겨져 나갔고, 차는 갈팡질팡 하다가 전봇대를 박고 찌그러 진 뒤에야 멈춰 섰다. 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나온 운전자는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지만 이와이즈미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하나마키였다. 정신을 잃은 이와이즈미의 몸 위로 져지를 벗어 덮은 하나마키는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신고하는 것을 부탁했고,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쪽에는 오이카와가 주저 앉아 있었다. 나는 오이카와 쪽으로 갔다. “오이카와.” “…….” “오이카와, 정신 차려!” 내가 윽박을 지른 뒤에야 오이카와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
몇 주동안 붙잡고 있던 글을 드디어 끝맺었습니다. 4시에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저장을 누른 것이 기억에 남네요. 원래 하루에 수십 번 날려먹기를 시전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날리지 않았습니다. 나색기가 많이 발전했군요. 짜식ㅎ 기특하다. 봄 대회 세이죠전을 보고 찌질하게 질질 짜면서 내새끼들 전국 보내줄거야! 하는 게 글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근데 쓰다 보니 완전히 오이카와 위주로 쓰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애니메이션 2기 후반부를 보면 아직도 어느 학교가 주인공교인지 헷갈립니다. 사실 세죠가 제 마음속에선 전국재패 오조오억번 했습니다(울컥). 원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이죠가 전국 진출을 한 번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왜죠? 어째서죠? 내새끼들 전통적인 강호굔데 왜 전국진출 한번도 못 한거죠? ..
BGM하이큐-!! 세컨드시즌 OST vol. 1 - 환각 히어로 오이카와는 대학을 자퇴했다. 과도 체육에 관련된 곳이었기 때문에 굳이 더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같은 팀에서 뛰어 왔던 멤버들이 자퇴보다는 그냥 전과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지만 오이카와는 끝내 대학을 그만 두었다. 그 곳에서 같은 팀으로 뛰던 사람들이 자신 없이 코트에 서는 것을 보게 될 것이 더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오이카와의 자퇴는 반쯤 도망이었다. 대학을 그만 둔 이후 미야기에 돌아가려 이사 준비를 하는 중에 카게야마가 찾아왔다. 갑작스레 찾아온 뜻하지 않은 손님에 오이카와는 잠시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카게야마는 국가대표 져지를 걸치고는 잔뜩 긴장해서 굳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가방 끈을 꼭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
BGM하이큐-!! OST vol. 1 - 트라우마 “이와쨩, 오늘 연습경기 하는 거 들었어?” “당연하지. 안 봐 줄 거니까 각오해.” “그 말 그대로 돌려 줄게. 절대 안 질 거야.” “사노 선배!” 같은 팀의 선배에게 공을 올린 오이카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좀 아파도 다시 일어나면 되겠지, 싶었다. 그 순간까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이카와의 몸이 부딪힌 것은 체육관의 고무 바닥이 아닌, 점수판이 놓여져 있던 테이블이었다. 등과 부딪힌 철제 테이블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고 순간적으로 숨을 잘못 삼킨 오이카와가 기침을 했다. “오이카와!” “오이카와, 괜찮아?” “콜록, 괜, 흐, 찮아요.” 손을 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오이카와는 그대로 바닥을 짚고..
BGM하이큐-!! OST vol. 1 - 하이큐-!! “안녕, 이와쨩!” “안녕, 오이카와. 그건 뭐야?” “이거?” 배구공이야! 이와이즈미의 눈 앞으로 공을 내민 오이카와가 헤헤 웃었다. 경기를 보고 온 날 오이카와는 엄마 앞에서 내내 배구 배구 노래를 불러 댔다. 위험하니까 안 된다던 엄마는 계속 졸라 대다가 종내에는 와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오이카와에 결국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클럽팀에 가입시켜준다며 백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형은 새 배구화를 사겠다며 모으던 용돈을 털어 오이카와에게 소프트 배구공을 선물했다. 배구공을 받아 든 오이카와는 바로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와이즈미는 배구공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있었다. 공을 위로 던진 오이카와는 학교에서 형이 했던 것처럼 서브를 넣어보려 했지..